여자친구│① 예린, 유주의 이야기
2015.03.02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라고 노래한다. 무대에서는 힘차게 발차기를 한다. 지난 1월 ‘유리구슬’로 데뷔한 여자친구는 넘어져도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날 것 같은 여섯 명의 소녀들이다. 직접 만나 귀 기울여본 한 명 한 명의 목소리 역시 그만큼 다부지고, 생기 넘치는 것이었다.
사진 찍을 때 초콜릿 냄새만 맡고 먹진 않았죠?
예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초콜릿인데 지금은 다이어트 중이라 못 먹어요.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됐어요. 오늘 초콜릿을 손에 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올해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죠? 기분이 어땠어요?
예린: 울진 않았는데, 제가 교복 입는 걸 되게 좋아했거든요. 이제 못 입는다고 생각하니까 얼떨떨하더라고요. ‘유리구슬’ 무대 의상이 스쿨룩 비슷하긴 하지만 교복이랑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그날 멤버들이랑 다 같이 교복을 입고 음악방송 리허설을 했어요. 그 영상은 절대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 아무리 생각해도 실감이 안 나요. 가끔씩이라도 그냥 교복 입을래요. (웃음)
그러고 보니 데뷔와 함께 스무 살이 시작됐네요.
예린: 그래서 졸업식 날도 신기했어요. 제 옆엔 매니저님이 서 계시고, 앞에선 팬분들이 사진을 찍으시니까요. 한 달 만에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그 한 달 동안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며칠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때가 많아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일은 있을까요?
예린: 발차기를 하다가 너무 흥분해서 발을 머리 뒤로 넘긴 적이 있어요. 다른 멤버들이 “인생 발차기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원래 저는 진짜 뻣뻣한 편이거든요. 학교에서 체력장을 하면 유연성 테스트는 종종 마이너스가 나왔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다리를 잘 찢으려고 매일매일 연습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하나에 집중하면 될 때까지 매달리는 성격이라…. 역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팀에서 언니 역할을 하는 것도 그런가요?
예린: 친오빠가 한 명 있는데, 저랑 열한 살 차이가 나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 오빠는 군대에 가 있었고, 제가 중학생이 됐을 땐 오빠가 미국 유학을 가서 전 외동처럼 자랐거든요. 언니 역할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연습생 시절엔 동생들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버릇없고 그런 거 모르니까 막 대해도 돼.” 그랬는데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 뭐가 아니고 뭐가 맞는 건지 점차 알겠더라고요. 지금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려고 해요.
워낙 웃는 인상이라 화도 잘 안 낼 것 같은데요? (웃음)
예린: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이긴 해요. 제 볼이랑 배 피부가 약간 ‘모찌(떡)’ 같은데, 멤버들이 “언니, 배 만져도 돼요?” 이러면 내밀면서 “만져!” 그러기도 하고요. 다만 숙소가 더러우면 좀 예민해져요. 예를 들어 부엌에 사과껍질이 그대로 있다거나. 다행히 요즘엔 부엌이 깨끗해요. 다들 빨래해놓은 걸 안 가져가서 “오늘 제발 옷 좀 다 가져가자~” 그럴 땐 있지만. (웃음)
정리나 청소를 잘 하나 봐요.
예린: 저는 걸레를 빨고 그게 하얘지는 모습에 희열을 느껴요. 계속 문지르거든요. 나중엔 걸레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얘져요. 그걸 보면서 ‘아, 나 진짜 열심히 빨았구나’ 하고 뿌듯해하는 거죠.
데뷔와 함께 사회생활이 시작된 거잖아요. 어른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예린: 뭔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면 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고 있구나, 성숙해지고 있구나 싶어요. 그런데 저는 성숙해지고 싶지 않아요. 생각이 많지 않으면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는데, 생각이 많아지면 자꾸 계산적인 사람이 되잖아요. 밝게 살고 싶어요, 계산 없이. 안 좋은 일을 잘 잊는 편이기도 하고요.
지금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예린: 좋은 마음가짐이요. 활동하다 보면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해지잖아요. 예전엔 코피도 잘 안 났는데 요즘은 하루에 세 번씩 나요.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잘 먹는데도요. 이러다 보면 스스로한테 지치는 것 같아요. 건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먼저 몸 건강을 제대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 한 해를 정말 잘 보내야겠네요.
예린: 아… 신년 운세를 아직 못 봤어요. (웃음) 가끔 타로카드점을 보는데 작년에는 평탄할 거라고 했었거든요. 사실, 점에서 뭐가 좋고 안 좋고 그러는 건 하나도 안 맞는 것 같아요. 분명히 어렸을 때 호기심으로 봤던 사주에선 ‘너는 연예계 쪽으로 가다가 너 스스로 힘들어서 포기하게 될 거야’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포기를 안 했잖아요.
오늘처럼 아침 일찍 스케줄이 있을 땐 잘 일어나는 편인가요?
유주: 숙소에서 저랑 은하, 신비, 엄지가 방을 같이 써요. 그중에선 제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씻고 멤버들을 깨우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엔 감을 잃었나 봐요. 예전엔 알람이 울리면 재깍재깍 일어났는데, 최근엔 못 일어나서 옆방에 있던 예린 언니가 깨워줘요. 다시 초심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수다 떠느라 늦게 자는 건 아니고요? (웃음)
유주: 하루 종일 같이 있는데도 자기 전에 또 떠들게 돼요. “할 얘기가 또 있어?” 이러면서 저도 같이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실 저는 메인보컬이라 애드리브가 많기 때문에 밤에 너무 수다를 떨고 자면 목에 무리가 가요. 목 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말을 많이 안 하는 거거든요. 신경을 좀 쓰고 있어요. 얼마 전엔 엄지 아버님께서 목에 좋은 죽염을 보내주셔서 먹고, 도라지도 먹고, 자기 전엔 항상 물수건을 짜서 침대에 걸어놔요.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 같아요. 빵도 매달 2일에만 먹는다면서요.
유주: 빵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예전에 한번 두드러기가 나서 의무적으로 일주일 정도 안 먹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참아보니까 체질도 변하고, 피부에 올라오는 뾰루지도 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밀가루 말고도 먹을 게 많길래 그 이후로는 잘 안 먹고 있어요. 샌드위치도 속만 빼 먹어요. (웃음)
가수는 언제부터 되고 싶었던 거예요?
유주: 어릴 때부터 춤이랑 노래를 되게 좋아했어요. 보컬학원에 처음 다녔던 게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 계기가 고양시에서 주최했던 노래대회였어요. 거긴 노래를 좀 오래 배운 언니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저는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상태로 참가했는데 장려상을 탄 거예요. 그 후로 학원까지 다니게 됐어요.
그럼 지금 회사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유주: 오디션을 보고 들어왔어요. 합격해서 연습생 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됐을 때, 기본기 1, 2, 3을 하루 안에 마스터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거든요. 그걸 가르쳐준 사람이 예린 언니였어요. ‘아무도 안 가르쳐주면 어떡하지? 혼자 해야 하면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고맙더라고요. 이런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언니한텐 특별히 더 잘해야겠네요. (웃음)
유주: 그런데 요즘 예린 언니한테 장난을 많이 쳐요. 가끔 볼도 막 만지고요. 언니가 재미있게 받아줘서요. 뭘 엄청 하는 건 아닌데 표정에서 당황하는 게 잘 보인달까…. 어떻게 보면 미안한 얘기인데, 언니가 가끔 화낼 때 엄청 귀여워요. 화나기 직전인데 절제하고 있는 게 보이거든요. 너무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물론 말을 더 잘 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해요.
모범생 같은 타입일 줄 알았는데 의외예요.
유주: 진지한 면도 있지만, 극도로 까부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웃음) 이유 없이 갑자기 장난을 걸고 싶을 때가 있는 거예요. 그럴 땐 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장난을 많이 치는 것 같아요. 성대모사도 막 하고.
데뷔 전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유주: 예체능을 좋아했어요. 이어달리기 계주 선수로도 나가고, 정식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피겨 스케이팅이나 무용도 즐겨 했고요. 특히 좋아하는 건 피구예요. 초등학생 때는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 나가서 피구를 했어요. 제가 공을 좀 세게 던지는 편이라서 던지는 것도 좋고, 상대방이 공격한 공을 딱 잡았을 때의 그 엄청난 쾌감도 좋아요. 엄마가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했는데, 역시 제가 하고 싶으니까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올해 열아홉 살이니까 학생 시절도 곧 끝나는 거잖아요. 아쉽나요?
유주: 너무 걱정돼요. 저는 학교 다니는 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졸업을 내년에 한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막막해요. 딱 한 번, 스무 살이 빨리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스무 살이 되면 예뻐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직까진 십 대에 머무르고 싶어요.
스무 살이 아니라 10년 후라면 어떨까요?
유주: 지금의 노력으로는 쌓을 수 없는 기량과 노련미가 좀 생겨 있지 않을까요? 이건 지금 제가 옛날을 돌아봐도 느끼는 건데, 모든 건 항상 새롭기 때문에 노력은 항상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도요. 그래서 그때도 노력하고 있을 것 같고, 외모적으론… 솔직히 제가 나이에 비해서 그렇게 동안은 아니거든요. 그때쯤 되면 나이와 얼굴이 좀 맞춰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어요. (웃음)
여자친구│② 신비, 은하의 이야기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죠?
신비: 네. 다들 첫인상이 그렇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소원 언니 같은 경우는 제가 리액션을 잘 안 해준다고 말하던데, 장난치는 건 잘 받아줘요. 안 받아주는 건 애교죠. (웃음)
어릴 때부터 본인이 예쁜 편인 것 같다는 자각은 있었나요?
신비: 어릴 땐 주변에서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예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꾸미는 걸 엄청 귀찮아하고, 잘 못 꾸미기도 하거든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지금까지는 예쁘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해봤어요. 아, 요즘 들어서는 입술에 자신감이 붙어서 틴트랑 립밤을 바르고 언니들한테 “제 입술 예쁘죠?” 이런 적이 있긴 해요. 가끔, 정말 가끔씩 메이크업을 하고 보면 ‘오늘 상태 괜찮네?’ 그러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크게 없어요.
처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던 건가요?
신비: 예전부터 춤을 추긴 했어요. 스트리트댄스나 재즈댄스, 스포츠댄스 등 이것저것 여러 개 배우긴 했는데 깊게 하진 않았고요. 저는 어릴 때 꿈이 두 개였는데, 공부하는 것도 좋아해서 아빠가 맨날 국제변호사랑 가수랑 같이 하라고 하셨어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라” 이러신 거죠. 그러다 제가 가수 쪽이 더 좋아서 아예 방향을 정한 거예요.
부모님께서 지지를 많이 해주셨나 봐요.
신비: 네. 완전 어릴 땐 아동복 모델도 했었어요. 연습생 되고 나서도 안무를 배우면 신나는 날은 집에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아빠한테 다 알려드렸어요. 아빠가 잘 따라 하세요. 재능이 좀 있으신 것 같아요. 저한테 “웨이브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알려주시기도 하고. 데뷔 무대를 보고 나서는 “표정 좀 다양하게 해봐. 왜 이렇게 표정이 다 똑같니?” 그러시더라고요.
그런 흥을 신비 씨가 물려받은 건지…
신비: 사실 흥은 저희 멤버들 다 많아요. 거기서 몇 명이 좀 과하게 많을 뿐이죠. 다들 흥을 주체하질 못해요. 저는 오빠가 있는데 무뚝뚝한 편이라 말을 한다고 해도 티격태격 싸우는 정도였거든요. 좀 심심했는데 이젠 언니들이 말을 많이 하니까 좋아요. 특히 은하 언니는 한 달에 한두 번 빼고는 업돼 있어서 약간 피곤하기도 해요. 저도 신나서 받아줄 때가 있는데 언니가 도를 살짝 넘기도 하거든요. (웃음) 목소리도 까랑까랑하고.
예를 들자면요?
신비: 숙소에서 밤중에 같이 레몬즙을 짠 적이 있어요. 소원 언니랑 유주 언니 빼고 나머지 멤버들은 다들 다이어트 중이라 레몬 디톡스를 하거든요. 독소 빼는 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은하 언니가 갑자기 소리를 막 지르는 거예요. 레몬즙이 눈에 들어갔대요. 웃으면서 그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겠어요. (웃음)
다이어트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나요?
신비: 원래 다른 사람들이 먹는 걸 보면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요즘엔 다이어트 멤버들이랑 있다 보니 적응이 됐어요. 소원 언니한테 그냥 “언니, 이거 제 앞에서 먹어주세요” 그래요. 못 먹는 게 억울하기보다는 소원 언니한테 미안한데, 저희가 식단조절을 하다 보니 언니는 홀에서 혼자 밥 먹을 때가 많아요. 다 같이 밥 먹으러 가고 싶은데 저희 때문에 그걸 못 하는 거잖아요. “언니, 빨리 살 빼서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요” 했는데 아직까진 더 빼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여섯 명이 회식을 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신비: 한 곳만 가야 해요? 차라리 MT를 바다로 가서 회 먹으면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 안 되나요? 막 먹기엔 삼겹살이 좋은 것 같아요. 진짜 고기를 막 먹고 싶어요.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면 소고기로 하고 싶고요.
그럼 회식이 아니라 다 같이 놀러 간다면요?
신비: 부산이요! 바다 냄새도 맡고 싶고, 해변가를 걸어보고 싶어요. 예전엔 제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남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회사분들이 데려가 주셨거든요. 그런데 롯데월드는 아무리 가고 싶다고 말해도 데리고 가주시지 않아요. 요즘 잠실 쪽이 위험하단 얘기가 많아서 조심스러우신가 봐요. 그리고 또… 번지점프 하러 가보고 싶단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다른 멤버들이 고소공포증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소원 언니랑 저는 액티브한 걸 좋아하는데 나머지는 아니거든요.
활동적인 걸 좋아한다면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같은 데 출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신비: 저는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멤버분들 중에 유재석 선배님을 제일 좋아해요. 숙소 방에는 [무한도전] 달력도 있어요. 숙소에 인터넷이 안 되니까 못 사고 있었는데, 친구가 저희 엄마한테 전해줘서 엄마가 가져오셨더라고요. 잘 쓰고 있어요.
언제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은하: 아홉 살 때 신비랑 같이 어린이 댄스팀에 있었어요. 칠공주나 오렌지처럼 어린 가수들을 기획하고 모은 거였는데, 어쩌다가 댄스팀으로 바뀌어버렸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부모님께서 ‘그만두고 공부를 해라’라고 하셨어요. 언니랑 오빠처럼요. 그래서 3, 4년 정도는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학교만 다녔어요.
어떻게 설득했나요?
은하: 시간이 좀 흘러서, 제가 연습생으로 있었던 회사에 같이 계시던 매니저님이 여기로 오시면서 저한테 연락을 주신 거예요. 그때쯤 저는 노래를 다시 배우고 있었거든요. 부모님도 제가 노래를 계속 배우고, 하고 싶어 하는 걸 아셔서 ‘이제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러시더라고요. 그렇게 지금 회사에 들어오게 됐어요.
데뷔 무대를 하고 나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은하: “불안해 마요~” 할 때 슬픈 표정을 짓는 부분이 있거든요. 언니가 “아, 인상 쓰지 마” 이러길래 “어…? 그거 그렇게 하라는데? 으음…” 그랬죠. (웃음) 웃는 건 예린 언니가 제일 잘해요.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쁘기도 하고요. 저는 그날 긴장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니까 엄청 긴장했더라고요. 힘이 빡빡 들어가서 춤도 이렇게 굳고. 그래도 연습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몸이 아프거나 하진 않았어요.
데뷔하고 나니 좋은 점이 있나요?
은하: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긴 게 되게 신기하고 신나요. 무대 할 때 응원해주시는 것도 아직 신기하고요. 노래 중간중간에 저희 이름을 불러주시는 건 너무 귀엽고 좋아요. 그리고 숙소생활을 하는 건, 항상 수련회에 온 기분이라 재미있어요.
주로 누구랑 잘 놀아요?
은하: 신비랑 저랑 2층 침대에서 2층을 쓰거든요. 옆을 딱 보면 신비가 있으니까 계속 이야기를 하게 돼요. “자지 마, 자지 마. 얘기하고 자자” 이러죠. 차에서도 저희 둘은 늘 맨 뒤에 앉아요. 앞자리가 비어 있어도 그렇게 뒷자리에 가고 싶더라고요. 신비는 아닌 척하고 있는데 사실은 말이 많은 편이에요. 저랑 잘 놀아줘요. (웃음) 대화 내용은 별거 없어요. TV도 못 보니까요. 요새는 저희가 크러쉬 선배님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서 같이 CD 듣고, 자기 전에 노래 부르고 그래요. 아, 똑같은 맨투맨 티셔츠를 산 적도 있어요. 저는 카키색, 신비는 검은색. 둘 다 예전부터 사고 싶어 하던 거라 배송비도 아낄 겸 같이 주문한 거예요.
‘레몬즙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은하: 네. 레몬즙을 내고 있었는데 그게 튀어서 제 눈에 들어간 거예요! 정말 너무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눈이 불타는 것 같았어요. 그것 때문에 신비랑 저랑 떠들고 있으니까 소원 언니가 부엌으로 나와서 “다 자잖아, 은하야.” 이러더라고요. (웃음)
다이어트 때문에 음식을 주로 스스로 해 먹는 건가요?
은하: 해 먹어도 계란, 뭐 이런 거예요. 예전에 연습만 할 때는 계란이랑 버섯을 볶아서 도시락을 싸기도 했고요. 나름대로 맛있어요. 저는 다이어트 음식이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간을 거의 안 한 밍밍한 두부 먹는 것도 좋아요. 잘 맞아서 많이 먹죠. (웃음) 고구마도 질릴 만한데 아직 너무 맛있어요. 계란이랑 뭉치면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빵도 만들 수 있고, 라떼도 만들고요.
라면은 먹어본 지 얼마나 된 거죠?
은하: 아… 기억이 안 나요.
스마트폰이 그립나요, 라면이 그립나요?
은하: 저는… (오래 고민하다) 스마트폰이요. 아, 어렵다. 저는 누가 먹는 모습을 보고, 냄새 맡고 이런 걸 좋아해요. 소원 언니가 밥 먹을 때 저는 두유 가져가서 그냥 같이 앉아 있기도 했어요. 물론 그렇게 음식 참는 게 진짜 싫어질 때도 있어요. 진짜 좀 먹고 싶은 날도 있더라고요.
참아야 하는 게 너무 많네요. (웃음) 이렇게 고생하면서 데뷔했는데 나중엔 뭘 하고 싶어요?
은하: 어렸을 때 연기를 좀 오래 했거든요. 그래서 연기를 해보고 싶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피처링도 해보고 싶어요. 누구랑 하고 싶냐면요… 크러쉬 선배님이요. 그리고 멤버들이랑 다 같이 KBS [해피투게더]처럼 가족 같은 분위기의 예능에 나가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올해 가요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고요. 딱 한 번밖에 못 받는 거잖아요.
여자친구│③ 소원, 엄지의 이야기
오늘 두툼한 롱 패딩점퍼를 다 같이 입고 왔어요.
소원: 저희가 데뷔 전에 화보를 하나 찍었거든요. 그날 제가 실장님한테 “저희가 춥습니다. 롱 패딩 하나 어떻게 안 될까요?”라고 여쭤봤더니, 대표님이 선물로 주셨어요. 따뜻하고 편해서 좋은데 지금은 약간 후회 중이에요. 음악방송 가보면 똑같은 걸 입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웃음)
이런 단체복 말고 사복을 갖고 싶진 않나요?
소원: 사고 싶어도 살 시간이 없어요. 컴퓨터랑 휴대폰, 태블릿 PC가 없어서 인터넷 쇼핑도 못 하고요. 신인이다 보니 회사에서 관리 중이거든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스마트폰이 있으면 저희끼리 대화도 단절될 것 같은데, 없으니까 얘기를 많이 하게 돼요. 전 평상시엔 조용한 편이지만 한 번씩 애교가 많아지는 날이 있어요. 다른 멤버들이 유난히 더 좋아지는 날인 거죠.
리더이기도 하고, 제일 연장자이기도 하죠?
소원: 네. 올해 스물한 살인데 몸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항상 체력적으로 보강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십 대 때랑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저희는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 똑같이 다섯 시간을 자도 피로가 다 안 풀리더라고요.
요즘 같은 날씨엔 더 힘들겠네요.
소원: 얼마 전엔 몸살기가 있어서 링거도 맞았어요. 몸이 너무 아프면 치아까지 아픈 거 혹시 아세요? 차에서 자다가 깼는데 이도 너무 아프고, 다리도 너무 무거운 거예요. 그런데 아프다고 무대에 안 올라갈 수는 없잖아요. ‘쓰러지면 난 몰라’ 이러고 그냥 했어요.
다이어트도 해요?
소원: 저는 안 해요. 너무 말라서 오히려 스트레스거든요. 살이 약간은 있어야 바지를 입어도 예뻐 보이는데, 전 스타킹이 헐렁할 때도 있었어요. 다른 애들이랑 같이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까 살이 계속 빠지는 거예요. 밤에 일부러 군것질까지 하면서 어느 정도 살을 찌워놨는데, 다시 빠지니까 제 관리를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밥을 먹어요.
‘유리구슬’ 안무만 해도 체력 소모가 엄청날 것 같더라고요.
소원: 라이브를 해야 되니까 데뷔 직전에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유리구슬’ 안무를 쉬지 않고 여섯 번 반복하는 걸 하루에 세 세트씩 돌았거든요. 그걸 다 세어 보면 총 몇만 번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연습하다가 작년 9월 말쯤 되니까 멤버들끼리 호흡이 척척 맞는 게 느껴졌어요.
막상 무대에 서보니 뭐가 제일 어렵던가요?
소원: 표정 짓는 거요. 매번 ‘오늘은 진짜 함박웃음을 지어보자’ 하고 올라가는데, 모니터링을 해보면 어색해요. 유연한 편이 아니라서 발차기도 살짝 어렵고요. 병원에 갔더니 제 뼈가 백 명 중 한 명 있는 뼈래요. 4년 동안 다리 찢는 걸 연습했는데 원래 잘 안 되는 타입이라는 거죠. 다른 사람하고 똑같이 찢어도 근육을 눌러보면 저는 뻑뻑해요.
첫 방송을 마쳤을 땐 기분이 어땠어요?
소원: 뚜렷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요….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해서 늘 “데뷔하면 난 엄청 울 것 같아. 무대 하면서 울지도 몰라” 그랬었는데, 많이 떨렸던 것 같진 않아요. 좋긴 좋은데 눈물은 안 나고 그냥 ‘내가 데뷔를 한 건가?’ 싶더라고요. 모니터링도 휴대폰으로 했더니 현실감이 별로 없었어요.
이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됐나요?
소원: 일단 f(x) 선배님들 같은 콘셉트를 해보고 싶어요. ‘첫 사랑니’나 ‘일렉트릭 쇼크’ 같은 거요. 너무 예쁘시잖아요. 해외활동도 많이 하고 싶어요. 먼 훗날에야 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면 언젠가는 국내든 해외든 단독콘서트도 하고 싶고요. 음, 국내에서는 잠실 주경기장, 해외에서는 도쿄돔 정도? (웃음)
한류스타가 되고 싶은 건가요? (웃음)
소원: 아니에요. (웃음) 저희가 데뷔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됐거든요. 우리가 이 정도는 돼야지, 해외에서는 이런 걸 해야지 등등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현재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앞에 놓인 것들을 잘하려고요.
예린 씨랑 공통점이 많다면서요.
엄지: 네. 진짜 신기했던 게, 제 본명이 예원이에요. 그러니까 이름에 ‘예’자 들어가는 것도 같고, 혈액형도 O형으로 똑같고, 저희 둘 다 부모님도 전라남도 광주 출신이시거든요. 거기다가 생일도 8월 19일로 똑같고요, 같은 인천 출신이에요. 공통점이 워낙 많다 보니 둘이서 “자매설 뜰 만한데?” 그러기도 했어요. (웃음) 연습생 초반에는 이걸로 언니랑 친해질 구실이 생겨서 좋더라고요. 말 붙이기도 편하고.
합동으로 생일 파티도 해봤어요?
엄지: 제가 연습생 생활을 1년밖에 안 했거든요. 그래서 같이 생일을 맞이한 게 작년 8월 19일 딱 하루밖에 없었어요. 한창 새벽 연습을 하던 시기였는데, 8월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도 언니랑 제가 같은 연습방을 썼어요. 둘이 계속 노래 연습하고 서로 봐주다가 밤 12시에 같이 영상을 찍으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더니 다른 방에 있던 멤버들도 축하해주러 오더라고요. 조촐하지만 재미있었어요.
나이 먹는 건 괜찮나요?
엄지: 예전부터 친구들은 빨리 성인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크는 게 싫었어요. 중학교도 올라가기 싫었고, 고등학교도 가기 싫었어요. 성인이 돼서도 제가 누리는 특권들이 확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십 대가 너무 좋아요. 그냥, 어리다는 게 일단 좋아요. (웃음) 솔직히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말하고 생각하는 게 또래에 비해서 살짝 성숙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근데 또 어떨 때는 스스로 ‘나 아직 너무 어린가?’ 싶기도 해요.
중학교 다닐 땐 어떤 아이였어요?
엄지: 할 일은 다 하는데 교실에만 있진 않았어요.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그래도 공부할 때는 제대로 해서 선생님들이 조금 예뻐해 주셨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축제에서 춤도 췄는데, 덕분에 존재감이 약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원래 끼가 많았군요.
엄지: 어릴 때부터 노래 듣고 따라 부르고 춤추는 건 되게 좋아했어요. 취미생활로만 해두고 공부에 집중하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면서 예체능 쪽을 더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연기과에 들어가게 됐는데 예비소집일 날 지금 회사 매니저님께 캐스팅이 됐어요.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죠.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큰 길이 달라지는 건데 결정을 잘 해야 되잖아요. 부모님이랑도 같이 고민을 하다가 이번 기회에 열심히 한번 해보자, 결심하고 연습생을 시작하게 됐어요.
연기과에 진학한 거면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나중에 꼭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었나요?
엄지: 딱 정해놓은 건 없고, 공포영화 말곤 다 해보고 싶었어요.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싫어요. 현장에서 그렇게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절대 찾아보지도 않는데, 어릴 때 친척언니 집에 갔다가 [여우계단]을 잠깐 본 적이 있어요. 샤워기나 수도꼭지를 틀면 계속 피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한동안 그게 머릿속에 맴돌아서 물 틀기가 무섭더라고요. 이렇게 보고 나면 일상생활이 정말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예 안 봐요. 으, 귀신은 진짜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노래에 맞게 표정을 짓는 건 어때요? 인트로 부분에선 윙크도 잘 하던데.
엄지: 처음부터 연습했던 건 아니고요, 한 번 기회가 있었어요. 사전녹화를 하는 날이었는데 담당 FD님이 ‘지미집 카메라에 불이 들어올 건데, 거기 보고 윙크를 하든지 활짝 웃어보든지 예쁜 짓 하나를 해봐라’라고 하셨어요. ‘어떡하지?’ 하다가 급하게 윙크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간 거예요. 그걸 예쁘게 잡아주신 거죠.
실수한 적은 없나요?
엄지: 아, ‘동공지진’이라고 하나 있어요. (웃음) 카메라 리허설을 하다가 뒤로 딱 돌았는데 지미집 카메라를 조금 잘못 본 거예요. 생방송 때는 제대로 봐야겠다 생각하고 엄청 자신 있게 돌았거든요. 그런데 카메라가 리허설 때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었어요. 당황해서 여기를 봤다, 저기를 봤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팬분들도 댓글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멤버들은 전혀 몰랐어요. 제가 맨 앞에 서 있었으니까.
데뷔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많은 일이 있었네요.
엄지: 네. 그리고 이건 진짜 소소한 거긴 한데, 회사 앞 편의점에 바나나를 사러 간 적이 있어요. 갑자기 저희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외부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민망하면서도 너무 신기했어요. 계산할 때도 괜히 쭈뼛대면서 ‘이분은 내가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인 걸 아실까?’ 싶었는데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앞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정도로 활동을 하게 될 텐데, 팀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뭘까요?
엄지: 저희가 ‘유리구슬’이라는 곡을 받고 연습한 지가 오래됐잖아요. 이 곡만 7, 8개월 정도 했어요. 다음 앨범부터는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할 순 없을 거 아니에요. 개인적으론 이번에 ‘유리구슬’을 준비하면서 멤버들끼리 합을 많이 맞췄다고 생각해요. 그걸 기반 삼아 짧은 기간에도 시너지를 발휘해서 이만큼의 칼군무와 라이브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걱정 반,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 반, 딱 반반씩이에요.
글. 황효진
인터뷰. 위근우, 황효진
사진. 이진혁(KoiWorks)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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