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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MAGAZINE

Harpers Bazaar 2020 12월호

G-CLOUD 2021. 5. 25.

데뷔 6년 차 여자친구의 솔직한 마음

“그저 원하면 원하는 대로, 기쁨과 슬픔 그대로 다 내가 될 거야.” 새로 쓰는, 진짜 여자친구를 위한 첫번째 장이 열렸다.

 

THE FIRST PAGE

오늘 오랜만에 힘을 뺀 분위기의 화보를 찍었다. 

 

엄지: 워낙 데뷔 초부터 깨끗한 느낌의 화보를 주로 찍어와서 오늘 정도는 꽤나 힘을 준 편에 속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Apple’ 때부터 전반적인 콘셉트가 시크하고 강렬해지다 보니 이런 느낌도 오랜만이긴 하다! 소원: 계절에 맞게 따뜻한 느낌으로 나온 것 같아서 너무 좋고 역시! 하는 느낌. 은하: 항상 내추럴한 느낌의 화보를 찍곤 했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엄청 변화했구나 싶었다. 유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버디들이 좋아할 것 같다. 신비: 자연스럽게 찍어서 그런지 웃음도 나오고 편했다. 예린: 멤버들 다 모든 콘셉트가 어울리지만 그래도 청순이 제일인 것 같다.

 

‘My Way’ 콘셉트 포토에서는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했는데. 

 

엄지: 성실하고 착실한 직원보다는 조금은 까칠하고 예민한 표정연기를 했다. 실제로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지만! 각 잡힌 유니폼을 입으니 무게 있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잠시나마 들었다. 소원: 실제로 여의도에 가서 촬영했는데 늦은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저분들도 우리랑 같이 야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직장인이었다면 패션 회사에서 일했을 것 같다. 은하: 멋진 옷을 입고 서류 작업 하는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고객센터 직원이나 상담원 업무를 하면 잘할 것 같다! 상냥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유주: 여섯 명 다같이 정장을 입으니까 회사원이 된 느낌이 들었다. 직장을 가졌다면 무엇을 했을까? 신비: 사무적인 나의 모습이 새롭고 낯설었다. 만약 직장인이 되었다면? 직업은 잘 모르겠지만 금방 그만뒀을 것 같다. 예린: 직장인이 되었다면 스튜어디스가 되었을 것 같다. 엄마가 바라기도 했고 어릴 적 선망의 대상이었다.

엄지가 입은 터틀넥은 Wooyoungmi. 귀고리는 Hei.

 

각자 다른 콘셉트의 ‘My Room’ 포토를 찍었다. 그에 얽힌 이야기는? 

 

엄지: 나라는 사람은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나의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란스럽고 복잡한 곳으로부터 벗어나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교차로’ 뮤직비디오에서 썼던 헤드폰에서 소스를 얻어서 가십거리나 소리소문, 평가와 비판에 쉽게 흔들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담았다. 소원: 평소에 주변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그런 것에서 벗어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원래는 그렇게 쇼핑에 큰돈을 안 들인다. 엄마한테 혼쭐난다.(웃음) 은하: 좋아하는 영화의 포스터를 붙여놓은 새벽 즈음의 방을 연출했다. 영화 감상은 변치 않는 나의 취미이기도 하고 특히 항상 해보고 싶던 타투를 그려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사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타투가 몇 개 있다. 혹시 리스크가 될까봐 시도하지 못했던 내 욕망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 한번 몸에 가득 그려보니 평생치 대리만족이 되었다. 유주: ‘폴’이라는 오브제를 택해서 건강하고 당당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폴댄스는 보기엔 멋있어도 막상 직접 해보면 엄청나게 힘들고 아픈데,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이뤄내는 성취감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골랐다. 신비: 콘셉트를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나만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 보니 이번에는 나 자신을 더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스포트라이트’라는 콘셉트를 정해보았다. 내가 돋보일 수 있도록 옷도, 방도 심플하게 꾸몄다. 예린: 내 콘셉트는 미(美)다. 나는 무슨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방송에 나오기 위해 항상 나를 가꾸고 운동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어찌 보면 나를 관리하고 더 예뻐지려고 하는 것이 내 욕망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원이 입은 셔츠, 재킷은 Moonsun. 귀고리는 ITS!.

 

이번엔 ‘모던 위치(Modern Witch)’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변화와 성장을 꾀했다. 본인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엄지: 일정을 소화하거나 해내야 할 과제가 생겼을 때 그림이 그려지는 게 신기하더라. 회사에 의견을 낼 때도 어느 정도 자신 있게 낼 수 있게 되었다. 소원: 조금의 여유가 생겼을 때. 일을 할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그렇고 생각이 많은 편이라 스스로에게 채찍질도 많이 하고 여유를 주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조금은 괜찮다는 마인드가 생겼다. 은하: 여자친구의 성장은 매 앨범마다 느낀다. 개인으로서의 나는 성장하는 대신 한결같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느끼지만, 가끔 야무지다는 칭찬을 들을 땐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유주: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있을 때 소소하게나마 성장했음을 느낀다. 힘을 줄 때와 풀어줄 때를 스스로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신비: 받아들이는 게 빨라졌을 때. 전에는 의문을 갖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것들도 요즘엔 잘 받아들인다. 예린: 예전에는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에 나를 맞췄다면 지금은 나의 생각과 의견을 조금 더 표현하려고 한다.

 

은하가 입은 오프숄더 니트 드레스는 Jacquemus from Net-A-Porter. 귀고리는 & Other Stories.

 

 

여자친구라는 그룹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엄지: 아무리 성장하고 싶어도 속해 있는 멤버들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이를 그려내기 어려웠을 텐데 멤버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꾸준히 성장해준 덕에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소원: 멤버들끼리의 단합. 생각이 굉장히 잘 맞고 그때그때 변화의 시기나 정도가 비슷해서 잘 변화할 수 있었다. 은하: 항상 응원해주는 버디들이 1등 원동력이다. 또 우리에게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해주는 스태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다들 정말 감사하다! 유주: 회사 직원들과 멤버들의 협동심이 크다. 직원분들이 회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면, 멤버들도 그에 힘입어 이런저런 생각을 보태고 함께 연구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간다. 신비: 멤버들. 멤버들과 있다 보면 배울 점도 많고 닮고 싶은 점도 많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예린: 다들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지기도 하고, 항상 버디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유주가 입은 재킷은 Happening.

 

이번 앨범 〈回: 발푸르기스의 밤〉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다. 데뷔 6년 차에 접어든 지금, 예전보다 원하는 것이 명확해졌나? 요즘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면? 

 

엄지: 팀으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어도 내 마음이 행복하지 않을 땐, 그 시기가 결코 행복한 기억으로만 남지 않더라. 그렇다고 또 마음은 건강한데, 팀으로서 무언가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 또한 좋지만은 못한 순간이다. 흔히 ‘워라밸’이라고들 하는데, 워낙 워크와 라이프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그 밸런스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늘 최선은 다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해나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소원: 예전에는 모든 것에 눈치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우선 우리가 좋아해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해서 회사에 의견도 많이 내는 편이다. 가장 원하는 것은 코로나가 끝나고 버디들 보는 것? 은하: 마스크가 필요 없는 세상. 거리낌없이 팬분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른 오길 원한다. 유주: 예전보다 표현을 더 명확하게 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점점 더 잘 알게 되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조금은 더 자유로워졌다. 신비: 예전에는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마냥 흘러가는 대로만 살았는데 요즘은 그래도 하고싶은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찾다 보면 점점 뚜렷해지지 않을까? 요즘엔 다시 춤이 재미있어져서 춤을 배우고 싶다. 예린: 예전에는 선택도 잘 하지 못하고 나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면 지금은 내 의견과 생각을 많이 전달하는 편이다.

 

이렇게 〈回〉시리즈가 마무리되었다.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은 콘셉트는? 

 

엄지: 사실 조금은 덜 심오한 콘셉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멋지고 강렬한 무대와 음악도 좋지만, 최근에 계속 그런 활동만 하다 보니 조금 더 유쾌하고 편한 음악도 하고 싶다. 소원: 안해본 분야가 없는 것 같아서…. 그때 그때 계절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다. 은하: 한국적인 문화가 가미된 음악을 해보고 싶다! 요새 ‘이날치’ 분들의 무대를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시도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긴 하겠지만! 유주: 아예 다크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아주 신나는 음악! 신비: 열정적인 탱고를 해보고 싶다. 잘 준비하면 멋있지 않을까? 예린: 정열적인 탱고 같은 음악도 해보고 싶다.

 

신비가 입은 니트 원피스는 8 by Yoox. 가죽 벨트는 Recto. 부츠는 Aquazzura. 귀고리는 Tatiana.

 

 

얼마 전 첫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하는 콘서트는 처음이라 느낌이 색달랐을 것 같은데. 

 

엄지: 전에 했던 콘서트의 느낌과는 사뭇 달라서 중간중간 ‘이 무대가 팬분들 마음에 잘 닿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면서도 조금은 아리송한 감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앵콜 곡에서 버디들의 깜짝 이벤트를 보자마자 ‘아 우리 함께하고 있지, 다 같이 같은걸 느끼고 공유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리움, 고마움, 감동이 두 배가 된 채 마무리했다. 소원: 현장에 버디들이 없어서 아쉬웠고 그 존재에 더 감사함을 느꼈던 하루였다. 은하: 앞에 버디들이 없어서 속상했는데 중간중간 감독님이 응원법을 외치는 팬분들의 소리를 인이어 모니터에 넣어주셔서 힘이 되었다. 그래도 버디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유주: 눈앞에 버디들이 없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 모습이 보였다. 무대할 때마다 호응해주고 반짝이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봐주는 버디들의 모습이 선명해 그 모습을 그리며 무대를 했다. 신비: 콘서트라기보다는 음악방송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버디들이 없어서 너무 허전했지만 그래도 연출진 분들이 멤버들 인이어에 응원소리를 넣어주셔서 웃으면서 공연했다. 예린: 콘서트를 한 것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버디들이 눈앞에 없어서 허전하고 미안했다.

 

 

컴백 준비, 혹은 이번 콘서트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엄지: 이번에 특히나 안무 연습을 많이 했는데, 쉬는 시간 동안 연습실에 설치해놓은 유주 언니의 폴에 멤버들이 한 명씩 매달려 깔깔 웃으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소원: 콘서트 때 버디들이 응원봉을 든 LED가 떴을 때. 그 감동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은하: ‘Apple’ 활동 시작 전부터 ‘MAGO’의 트랙으로 멜로디를 썼었다. 오랫동안 들어온 만큼 내겐 익숙해서 다른 분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 유주: 콘서트 준비 때 정말 오랜만에 멤버들과 ‘여름비’ 안무를 맞춰봤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이상하게 ‘여름비’는 출 때마다 그런 것 같다. 신비: 아무래도 디스코는 처음이다 보니 춤과 표정을 자연스럽게 만들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다. 디스코 춤이 신나는데 그걸 웃으면서 추려니 어우, 너무 힘들었다. 예린: 이번 무대에선 신발이 높기도 하고 앞굽도 들려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주춤했는데 연습을 많이 한 지금은 다들 너무 잘 춘다.

 

예린이 입은 니트 원피스는 & Other Stories. 귀고리는 Miniya. 클리어 텀블러는 Iittala.

 

 

앨범 제작에 점점 참여하게 되면서 결과물에 더 욕심이 나지는 않나? 

 

엄지: 당연히 욕심 난다. 하지만 내 뜻대로 흘러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욕심을 비우면 비울수록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걸 받아들일 수 있고, 또 배우게 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특별한 기준 없이 조금 더 자유로운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다. 그리고 창작은 도전하면 할수록 정답은 없다는 걸 몸소 느낀다. 소원: 사실 욕심은 크게 없는 것 같다. 항상 뭐가 됐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가 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은하: 작사, 작곡에 조금씩 참여하다 보니 음악을 더 주의 깊게 듣게 된다. 유닛 곡 ‘Night Drive’ 같은 경우에는 모니터를 받고 작곡가 분께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한 페이지 가량 적어서 보내 드렸다. 너무 많이 말씀드리다 보니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도 들었는데 수정이 안 된다면 매일 밤 잠 못 이룰 것 같아 욕심을 냈다. 유주: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욕심을 낸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힘을 뺀다고 해서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대로 꾸준히만 해나가고 싶다. 신비: 그냥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우리의 작은 의견이 하나라도 들어간 앨범에 애착이 더 가는 것 같다. 어렵긴 하지만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다. 예린: 예전에는 도전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었는데 도전도 하고 내가 쓴 가사가 선택이 되면서 더 욕심이 생기고 공부하고 싶어졌다.

 

 

올해를 잘 마무리한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엄지: 고생했어 예원아. 2021년에는 네가 조금 더 스스로 기특해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음 좋겠다. 그렇지만 2020년도 참 애썼어! 힘내렴 파이팅. 소원: 너무 고생했고. 내년에는 조금 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천천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은하: 내년엔 더 잘하자! 유주: 분명한 건 작년보다 발전이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은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작은 부분일지라도, 꼭 대단하지 않더라도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대견하다. 신비: 올해도 다양한 나를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어. 항상 행복만 하자 은비야. 예린: 올해 스스로 많이 단단해진 만큼 이 단단함을 가지고 내년에 더 멋있게 성장하자.

 

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사진/ 박현구

스타일리스트/ 시주희(Juhee C)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정수연

어시스턴트/ 김형욱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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