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예린이 입은 스파게티 스트랩 드레스는 Eenk. 소원이 입은 레드 스티치 메시 티셔츠는 Moonsun. 이너웨어로 입은 톱과 니하이 레더 부츠는 모두 COS. 데님 버뮤다 쇼츠는 Cedric Charlier. 은하가 입은 스퀘어넥 톱은 COS. 레드 버뮤다 쇼츠는 Eenk. 엄지가 입은 레드 컬러의 플루이드 드레스는 Romanchic. 작은 금속 링 귀고리는 Movvin. 유주가 입은 프린트 저지 드레스는 Moonsun. 니트 플레어 팬츠는 COS. 신비가 입은 뷔스티에 디테일의 재킷과 트라우저, 레이어드한 스커트는 모두 YCH. 이너웨어로 입은 레드 레이스 브라톱은 4 Moncler Simone Rocha. 스네이크 체인 네크리스는 Movvin.
작은 꽃이 장식된 오간자 드레스는 4 Moncler Simone Rocha.
은하가 입은 리본 모양 타이백 톱과 플리츠 스커트는 모두 Recto. 레드 컬러 이어커프는 모두 Nineteen Two. 신비가 입은 블랙 레이스 디테일의 오블리크 톱과 스커트는 모두 Cedric Charlier.
예린이 입은 스파게티 스트랩 드레스는 Eenk. 은하가 입은 스퀘어넥 톱은 COS.
레드 셔츠 드레스는 Off-White™. 화이트 스트랩 샌들은 Reike Nen.
홀터넥 슬립 드레스는 YCH. 스트래피 뮬은 Reike Nen.
레드 컬러 테일러드 재킷은 Jain Song. 연보라색 톱은 H&M, 이어커프는 Recto.
(왼쪽 위부터) 소원이 입은 레드 스티치 메시 티셔츠는 Moonsun. 엄지가 입은 레드 컬러의 플루이드 드레스는 Romanchic. 작은 금속 링 귀고리는 Movvin. 유주가 입은 프린트 저지 드레스는 Moonsun. 은하가 입은 스퀘어넥 톱은 COS. 신비가 입은 뷔스티에 디테일의 재킷은 YCH. 이너웨어로 입은 레드 레이스 브라톱은 4 Moncler Simone Rocha. 스네이크 체인 네크리스는 Movvin. 예린이 입은 스파게티 스트랩 드레스는 Eenk.아침 7시. 화려한 꽃과 먹음직스러운 과일, 달콤한 사탕으로 가득 찬 탐스러운 세계가 열렸다. 유혹 앞에서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이 담긴 여자친구의 새 앨범 컨셉트에 맞춰 탄생한 붉은 세상.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촬영장에 도착한 멤버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뭉쳤다가 흩어지며 유유히 촬영장을 누볐다. 대중에게 각인된 청순한 이미지와는 사뭇 결이 다른,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화보 컨셉트를 현실화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몸을 아끼지 않은 이들에게서 데뷔 6년 차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묻어났다.
차르르 떨어지는 슬립 드레스를 입고 제일 먼저 카메라 앞에 선 유주는 과감히 무릎을 꿇고 등을 젖히며 폴댄스로 다져진 유연함을 뽐냈고, 호탕한 웃음과 함께 새빨간 오간자 드레스를 펄럭거리며 등장한 예린은 자신이 찍힌 모습을 보고 “오, 멋있는데?”라고 말하다가도 어떤 컷에서는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며 단호히 말할 줄 알았다. 단체 촬영에서 자연스럽게 맨 뒤에 자리 잡던 리더 소원과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 소신을 밝히던 엄지 그리고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던 신비까지. 온갖 칭찬과 감탄사로 촬영장 분위기를 ‘업’시킨 은하에게 꺼지지 않는 텐션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은 “정신력과 책임감이죠”였다.
생각해 보면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아는 것 같았다. 데뷔곡 ‘유리구슬’부터 온갖 신인상을 휩쓴 ‘오늘부터 우리는’, 첫 음악 방송 1위와 15관왕을 안겨준 ‘시간을 달려서’까지 ‘학교 3부작’이라 불리는 이 세 곡으로 여자친구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증명해 냈으니까. 앨범마다 다른 컨셉트를 기대하고, 멤버 각자 판이하게 다른 개성을 보여주길 바라는 K팝 월드에서 소녀들은 서로 손을 단단히 잡은 채 한 팀으로서 꿋꿋하게 나아가는 데 집중했다. 여자친구는 여자친구일 때 가장 빛났다. 수년 전 인터뷰에서 “나 때문에 잘된다고 생각하면 솔로를 해야지, 다 부족한 점이 조금씩 있으니 모여서 지금의 여자친구가 된 게 아닐까요?”라던 리더 소원의 말은 꽤 날카롭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세계를 앞둔 긴장감이 적당히 뒤섞인 달뜬 분위기에서 리더 소원이 입을 열었다. “어떤 모습이든 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히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돌은 계속해서 변해야 하니까요.”
지난 6월, 여자친구는 거의 동시적으로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했다. 팔로잉 수가 하나같이 ‘5’인 이유에 대해 묻자 동시 다발적으로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멤버 다섯 명만 팔로하는 게 제일 깔끔하잖아요.” 연차가 쌓이며 연기나 MC, 예능 프로그램 쪽으로 서서히 시야를 확장하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여자친구는 본업에 가장 충실한 흔치 않은 그룹이다. 수많은 칭찬 중에서도 은하는 “노래가 늘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고 했고, 예린은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은 데뷔 무대에서의 미세한 실수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엄지와 유주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커버곡 영상을 업로드하려 한다. “1월 1일에 ‘우연히 봄’을 사랑해 주신 분들을 위해 개사 버전을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팬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은 딱 그거인 것 같더라고요. 계속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유주)
긴 생머리에 맞춤 교복을 입고 등장해 ‘파워 청순’을 뽐내던 소녀들.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을 달려온 여자친구는 지금, 어떤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을까. “원래 제가 주변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내 갈 길 가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언니로서, 리더로서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이 내려놨고요. 이제 다들 알아서 너무 잘해요.”(소원) 두리안과 마라탕의 맛을 탁월한 표현력으로 묘사해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섰던 유주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에 좀 색다른 스타일로 셀카를 찍어 올렸는데 평이 극명하게 갈리더라고요. 신선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너무 낯선 모습 때문인지 악평도 있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는 거 있죠? 앞으로는 좀 더 용감하게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빨갛게 물들인 신비가 말할 차례다. “남을 배려하는 게 늘 우선이었는데 나부터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여유도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내 마음을 먼저 챙기게 됐어요.” 물론 삶이 언제나 명쾌할 수는 없다. 엄지와 은하에게도 마찬가지다. “좀 단순해지고 싶어요. 생각이 많아서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엄지) “차근차근 변해가는 중인 것 같아요. 목적지가 뚜렷하진 않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으려고요.”(은하)
소녀들은 계속해서 자란다. 2020년은 여자친구에게 꽤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해다. 소속사 쏘스뮤직이 빅히트의 품에 안긴 뒤 지난 2월 세상에 나온 여덟 번째 미니 앨범 〈回: Labyrinth〉는 의미심장한 변신이었다. 아니, 빅뱅과 다름없었다. 새로운 세계관의 탄생을 고한 이 앨범에서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소녀’라는 페르소나를 덧입고 등장했다. 낯설지만 근사했다. 그리고 7월 13일, 지난 서사를 완성시키는 앨범 〈回: Song of the Sirens〉가 공개됐다. 고민 끝에 선택을 한 소녀는 ‘내 안의 세계가 바스라져(Apple)’라고 말하며 새로운 유혹 앞에 또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한 걸음, 걸음, 두려움을 감추며 거센 바람 속 비틀거리며 걸어가(눈의 시간).’ 은하와 유주, 엄지는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작사와 작곡에 도전했다. “내가 쓴 가사에 멤버들의 목소리가 입혀지는 게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어요.”(엄지) 이번 앨범의 유일한 발라드 곡인 ‘북쪽 계단’에는 멤버 신비가 그동안 여자친구로 활동하며 느낀 것이 담겼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세계를 앞둔 긴장감이 적당히 뒤섞인 달뜬 분위기에서 언제나처럼 리더 소원이 마무리 멘트를 위해 입을 열었다. “어떤 모습이든 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히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돌은 계속해서 변해야 하니까요.” 잠자코 있던 예린이 트레이드마크인 반달 눈웃음을 그리며 한 마디 더한다. “그래도 ‘역시 여자친구다’라는 말은 꼭 듣고 싶어요. 이번에도 그럴 수 있겠죠?”
Credit
사진 신선혜
패션 에디터 김지회
피처 에디터 류가영
디자인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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